학교폭력 증거 싸움 '이것'에서 결정됩니다
안녕하세요 학교폭력변호사 법률사무소 프로 대표변호사 이규완입니다.
몇 주 전, 사무실에서 찾아오신 한 학부모님께서 자리에 앉자마자 학교와 담임 교사를 욕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에 아이를 맡겨 놨더니 학폭 사건에 연루되었으니 부모라면 누구나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학부모님께 드린 제 답변은 다소 냉정했습니다. “증거는 확인하셨어요?” 슬프지만 학폭위에서 잘잘못을 따지고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잘잘못 증명이 우선입니다. 증명 없는 외침은 공허할 뿐이죠. 그날 저를 찾아주신 학부모님께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확실한 증거'였고요.
"증거 수집은 빠를수록 좋다"
학교폭력 증거 수집의 생명은 신속함 증거재판주의는 형사소송의 대원칙입니다. 어떤 사실, 특히 범죄 사실을 인정하려면 추측이나 감정이 아닌 증거에 의해서 합리적으로 증명되어야만 한다는 관점인데요. 아무리 재판과는 다르다지만 학폭위도 법적인 절차이기에 마찬가지로 증거가 매우 중요하죠. 따라서 피해 학생이든, 가해 학생이든 학교폭력 증거 수집이 최우선입니다. 특히 학폭 사건에서는 일반적인 범죄 수사와는 다르게 당사자가 직접 사실을 입증하고 증거를 제출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안조사도 당사자와 목격자들을 면담하고 진술을 기록하고, 이미 수집된 증거를 확인하는 정도에 그칠 뿐이거든요. 그러니 가능한 빠르게 움직여 최대한 많은 증거를 수집하는 게 중요합니다. 학폭위에서 유효하게 인정되는 대표적인 증거가 무엇일까요? 병원 진료 기록, 진단서, 메신저 대화 내용 그리고 CCTV 영상 등이 있겠죠.
그런데 여기서 잠깐, 아무리 신속함이 생명이라지만 마음이 앞서서 행동하시면 안 됩니다.
최근에 한 어머님께서 자녀의 피해 사실을 입증하고자 최근 1년 치 병원 진료 기록을 모조리 가져오신 적이 있었습니다.
아이를 위한 그 마음에 잠시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진료 기록을 분류했죠.
바로 피해 사실과 연관이 있는 진료 기록과, 그렇지 않은 진료 기록으로요.
학교폭력 증거 수집에 있어서는 신속함만큼이나 정확함도 중요하거든요.
폭행을 당했는데 그 증거물이 감기 진료 기록이라면 오히려 신빙성이 떨어지지 않을까요?
마찬가지로 학폭 피해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당했다고 주장하지만, 정신과 진료 기록 같은 명시적인 증거가 없다면 심의 위원들이 신뢰할 수 없겠죠.
따라서 학생의 피해 사실을 명확하게 입증할 수 있는 자료 확보가 핵심입니다.
"있는 증거도 함부로 수집하면 위법?" 함부로 CCTV 보여주세요! 했다간 증거가 날아간다 그런데 이 어머님, 어찌나 행동력이 좋으신지 아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진술한 장소 주변의 CCTV 위치까지 모조리 찾아오셨더라고요. 사실 변호사와 상의하고 할 일인데... 마냥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된다고 기대할 수 없었거든요. 만약 그 과정에서 직접 어머님께서 CCTV 영상을 확보해 증거로 제출했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오히려 어머님께서 처벌받을 위험이 있었죠.
그뿐 아니라 애써 제출한 영상은 위법한 증거가 되어 인정받지도 못했을 겁니다.
모든 증거는 ‘적법한 절차’에 의해서 수집해야 합니다.
상대방의 동의 없는 녹음 역시 웬만하면 적법한 증거로 채택되지 않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고요.
다행히 어머님께서 영상까지 수집하고자 하시진 않았고, 변호사로서 제가 재빠르게 CCTV 영상에 대한 증거보전 신청을 진행했습니다.
이 증거보전 신청 절차가 있어야만 CCTV 영상을 증거로 확보하여 제출할 수 있거든요.
이처럼 CCTV 영상은 매우 확실한 증거이지만, 보존 기간이 천차만별인 데다가 앞서 말했듯 개인이 확보하기 몹시 어렵습니다.
어쩌면 학폭 증거의 생명인 ‘신속함’과 ‘정확함’이라는 두 가지 성질을 모두 지닌 대표적인 증거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다만 제가 말씀드린 사례의 어머님처럼 보호자가 모든 증거를 수집하고자 행동하시는 걸 추천드리지는 않습니다.
변호사가 증거 수집 절차에의 적법성에 대한 전문가인 만큼, 아이가 처한 상황에 필요한 증거를 확보하고 이를 활용해 진술을 구성하는 편이 효율적이거든요.
무엇보다 이렇게 수집된 학교폭력 증거는 학폭위뿐 아니라 추후 다양한 민형사 소송에서도 그대로 활용될 여지가 있으니 더욱 꼼꼼한 일 처리가 필요합니다.
"“정말 억울해요” 없는 일에 대한 증거는 어떻게 찾을까?" 사소한 상황도 그냥 넘어가지 말자 학교폭력에도 심심찮게 허위 신고가 발생합니다. 선생님, 학폭위, 부모님들 모두 어린아이가 뭐 하러 그렇게까지 거짓말을 하겠냐, 아니 뗀 굴뚝에 연기가 나겠냐며 일단 신고 학생의 말을 믿어주는 경향이 있죠. 그렇다 보니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이 불리한 입장에 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K 군이 떠오릅니다. K 군은 평소 학교에서 친화력이 좋은, 소위 ‘인싸’로 유명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친구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곤 했는데요. 문제는 그 아이들에게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 학생이 K 군도같이 지목을 한 것이죠. K 군은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마땅히 결백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는 상황이었고요.
저는 처음부터 사건을 찬찬히 살펴봤습니다.
피해 학생은 가해 학생들과 서로 다른 반이었고, 다른 반 학생들과 섞여서 수업을 듣는 선택 수업 시간에 주로 괴롭힘을 당했다고 진술했죠.
그런데 상담을 진행하다가 K 군은 당사자들과는 다른 과목을 선택 수업으로 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니까 애초에 학교폭력이 이루어졌던 공간에 K 군은 있지도 않았던 거죠.
간단한 사실이, 사건을 뒤집을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였습니다!
학폭 사건에서는 의외로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가해 학생 혼자서는 피해 학생의 명확한 신고 내용이나 진술 사실을 쉽게 알아낼 수 없다 보니 사소한 상황을 놓치는 경우가 많거든요.
심지어 학교폭력 사건이라는 낯설고 긴장되는 상황에서 본인조차 그 상황을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요.
그러나 때론 사소한 상황이 중요한 증거로 역할을 할 수 있답니다.
다행히 이 증거를 바탕으로 한 진술이 주효해서 K 군의 사건은 학폭위 소집 없이 해결됐죠.
심지어 K 군은 피해 학생도 같은 학교 친구인데 더 자세히 살피지 못해 미안하다며 따로 사과하고 화해까지 했고, 결국 훈훈하게 마무리될 수 있었던 사건입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학교폭력 사건에서 결국 핵심은 증거입니다.
증언의 신뢰도를 높이고 사실을 입증해 주는 증거가 없다면 결국 진술이나 정황만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죠.
그렇게 되면 억울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 억울한 상황이 하필 우리 아이에게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면 오늘 글의 내용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 학교폭력변호사 이규완